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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은 누가 결제했나: 베스파시아누스의 ‘세금 정치’가 로마 재정을 살린 방식

베스파시아누스는 내전으로 비어버린 국고를 세금과 지출 통제로 정상화했고, 그 재정 위에서 콜로세움을 시작했다. ‘화장실세’ 일화 뒤에 숨은 행정·정치·신뢰의 기술을 IT 관점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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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예산 회의에서 문득 떠오른 1세기 로마 황제 ![대표 이미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와 콜로세움 착공 장면](https://paycurr.com/download?f=20251228_115413_t0B8fPiI.png) 연말이면 어디든 비슷한 장면이 펼쳐진다. 회의실 한편에서는 "이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비용은 어디서 충당하죠?"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내년 매출이 불투명한데 지금 자본 지출을 감행해도 되는지,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한다. 나 역시 12월이면 이런 대화를 반복한다. 백엔드 유지비, GPU 크레딧, 서드파티 SaaS 구독료, 그리고 '일단 해보자'는 말로 시작했던 개념 검증 프로젝트들. 어느새 그것들은 고정비가 되어 청구서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특히 2025년은 AI 때문에 인프라 비용이 한 단계 더 뛰어오른 해였다. 모델을 "한 번만" 돌려보겠다던 실험이, 청구서에는 "매일"로 적혀 돌아온다. 이런 장면을 떠올리다가 문득 고대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생각났다. 콜로세움, 정확히는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을 착공한 바로 그 인물이다. 흔히 '화장실에 세금을 매긴 황제'로만 기억되지만, 실상 그는 국가 재정을 정상 궤도로 되돌린 운영자에 가깝다. 그 정상화가 없었다면 콜로세움의 첫 삽은 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은 "콜로세움 건설비는 어떻게 마련됐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베스파시아누스의 세금 정책과 재정 개혁을 기술 조직의 예산 감각으로 다시 읽어보려는 시도다. --- ## 로마는 왜 갑자기 돈이 바닥났는가 베스파시아누스가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은 서기 69년, 이른바 '네 황제의 해'로 불리는 내전 직후였다. 네로가 죽고 권력이 요동치면서 군대는 충성의 대가를 요구했고, 지방은 흔들렸으며, 행정은 느슨해졌다. 전쟁과 혼란은 어김없이 재정의 혈관을 터뜨린다. 여기에 네로 말기의 사치와 대규모 건축 사업, 각종 면세 특혜가 겹치며 국고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였다. 장군 출신인 베스파시아누스에게 로마는 '통치'의 대상이기 이전에 '운영'의 대상이었다. 멋진 비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현금흐름의 복원과 신뢰 회복이었다. IT 회사로 치환하면 이런 상황이다. 매출은 불안정한데 인력과 인프라 비용은 이미 고정비로 굳었고, 부서마다 "우리만 예외"라는 논리가 쌓여 재무 부서가 통제력을 잃은 상태. 여기서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베스파시아누스가 바로 그 역할을 떠안았다. --- ![콜로세움 건설 자금 출처 다이어그램](https://paycurr.com/download?f=20251228_115429_p8IcCUyj.png) ## "돈 냄새는 나지 않는다"라는 말의 진짜 맥락 베스파시아누스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소변에 세금을 매겼다는 이야기다. 당시 로마에서는 공중화장실에서 수거한 소변을 가죽 무두질이나 세탁 공정에 활용했다. 소변 속 암모니아가 화학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변은 일종의 재활용 가능한 산업 자원이었다. 이 세금에 반대한 아들 티투스에게 베스파시아누스는 동전을 내밀며 물었다. "냄새가 나느냐?" 그리고 남긴 말이 바로 **Pecunia non olet**,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이다. 많은 해석이 "세금은 뭐든 뜯어낸다"는 냉소로 끝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읽는다. 그는 세금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았고, 사회가 이미 사용하던 자원 흐름을 과세 가능한 가치 사슬로 정식화했다. 요즘 표현을 빌리면, 숨은 트래픽을 발견해 과금 모델을 붙인 셈이다. 우리가 무료로 흘려보내던 로그, 데이터, 유휴 GPU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기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다들 불편해한다. 하지만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되면, 시스템은 결국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 ## 베스파시아누스의 재정 개혁, 단순 증세가 아니었다 베스파시아누스의 핵심은 세율 인상이 아니라 재정 구조의 재편이었다. 기록을 종합하면 그가 추진한 일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 세원 확대와 면세 특권 정리 내전 시기에는 충성에 대한 보상으로 각종 특혜가 남발되기 마련이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이런 특권을 정비하고 세금이 새어나가는 구멍을 막는 데 집중했다. 세율을 올리기 전에 먼저 세금이 제대로 걷히는 구조를 정상화한 것이다. IT 조직에 대입하면, 클라우드 비용 절감을 외치기 전에 태그와 코스트 센터, 권한부터 정리하는 일에 해당한다. 어디서 돈이 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절감은 구호에 그친다. ### 지출 통제, 좋은 프로젝트보다 살아남는 조직 베스파시아누스는 검약한 황제로도 알려져 있다. 모든 지출이 선하다고 믿지 않았다. 국고가 흔들릴 때는 기준이 달라진다. "이 건축물이 로마의 위엄을 세운다"가 아니라 "이 지출이 내년의 로마를 버티게 하는가"가 판단의 잣대가 된다. 기술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아한 리팩토링, 완벽한 마이그레이션, 최신 스택 도입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빠듯할 때는 기술 부채보다 재무 부채가 조직을 먼저 죽인다. ### 행정의 복원, 세금은 의지가 아니라 집행이다 세금은 법령으로 끝나지 않는다. 징수, 회계, 감시, 기록… 행정이 돌아가야 세금이 실제 돈으로 전환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제국 전반의 행정 기강을 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이 지점이 현대 기술과 맞닿는다. 세금 시스템은 결국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다. 누가 무엇을 벌었고, 어떤 거래가 발생했으며, 어떤 예외가 적용됐는지. 로마가 종이와 인장으로 처리하던 일을 우리는 데이터베이스와 API로 수행한다. 본질은 같다. 신뢰 가능한 장부가 국가를 세운다. --- ## 콜로세움 건설비는 어디서 나왔는가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콜로세움은 누가 결제했는가?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가 서기 70년대 초에 착공했고, 완공은 아들 티투스 재위 시기인 80년에 이루어졌다. 건설비는 여러 재원에서 충당되었겠지만, 역사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큰 축은 두 가지다. ### 유대 전쟁 전리품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는 유대 전쟁(66~73년)을 진압했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나온 막대한 전리품이 로마로 들어왔다. 로마에 남아 있는 티투스 개선문 부조에는 성전의 메노라(일곱 가지 촛대)를 옮기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이 전리품은 단순한 돈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콜로세움은 네로의 황금궁(도무스 아우레아) 주변, 황제의 사유지처럼 여겨지던 공간에 세워졌다. 전리품으로 그곳을 공공 오락 시설로 바꾼다는 것은 "제국의 승리 자원을 시민에게 환원한다"는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오늘날 표현으로 바꾸면, 대형 인수합병이나 큰 계약으로 유입된 일시적 현금을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 인프라에 투자한 셈이다. 내부에서는 "차라리 서버 증설에 쓰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외부에는 "우리는 다시 안정됐다"를 보여줘야 할 때가 있다. ### 정상화된 세수 전리품은 한 번 들어오고 끝이다. 콜로세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착공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공사 인력, 자재, 운송, 치안, 이후 운영 비용까지.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정상화된 세수와 행정이다. 여기서 화장실세 같은 정책이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은 "더 걷었다"만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다시 예측 가능한 재정 상태로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예측 가능성은 투자와 운영의 전제 조건이다. --- ## 세금의 정당성은 설계에서 나온다 세금은 언제나 미움받는다. 로마 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요즘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것이다. 세금의 정당성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설계된 납득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도덕 교사가 아니었다. 대신 납득 가능한 교환을 제시했다. 국고를 채워 군대를 안정시키고, 행정을 복원하며, 콜로세움 같은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로마가 다시 굴러간다"는 것을 시민이 체감하게 했다. 제품이나 플랫폼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료화는 불만을 산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 정도면 돈을 낼 만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대개 가치 제공이 구체화될 때 찾아온다. 성능, 안정성, 지원, 로드맵, 신뢰. 결국 운영의 언어다. --- ## 2025년 AI 비용에서 읽는 교훈 요즘 IT 업계에서 체감하는 '세금'은 국가가 걷는 것만이 아니다. 클라우드 송신(egress) 비용, 대규모 언어 모델 호출 비용(토큰 과금), 벡터 데이터베이스와 관측성 도구 구독료, 보안 컴플라이언스 비용, 그리고 'AI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상시 진행되는 실험 비용까지. 다 합치면 개발자가 통제하지 못하는 곳에서 비용이 새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CFO가 묻는다. "이거, 계속 내도 되는 겁니까?" 베스파시아누스의 방식으로 답하면 이렇다. **세원을 파악하라.** 어디서 비용이 발생하는지 모르면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외를 줄여라.** "우리 팀은 특별"이라는 논리가 쌓이면 시스템은 붕괴한다. **가치를 환원하라.** 비용을 걷는다면, 사용자가 체감하는 개선이 있어야 한다. 내부 고객도 마찬가지다. **상징이 필요하다.** 조직이 안정됐다는 신호를 주는 프로젝트가 때로는 숫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콜로세움은 로마에게 그런 신호였다. 올해 AI 기능을 제품에 붙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 부분은 "토큰 비용이 사용자 가치로 전환되는 지점"을 찾는 일이었다. 모델이 똑똑한 것은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단가 구조가 없으면 기능은 결국 접힌다. 베스파시아누스가 "돈 냄새" 논쟁을 감정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 ## 콜로세움은 돌로 지었지만, 기반은 장부였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돌과 콘크리트 기술로 세워졌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필요했던 것은 재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화장실세 같은 작고 미운 정책부터 시작해 세원과 행정을 정비했고, 전리품 같은 일시적 수입을 상징적 공공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그 결과 로마는 혼란 이후의 정상 상태를 되찾았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비용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멋진 기능은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기능은 결국 지속 가능한 수익과 비용 구조 위에서만 오래간다.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일은 대개 인기 없고, 자잘하며, 때로는 냄새가 난다. 그래도 해야 한다. 돈이 냄새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스템은 냄새를 참고서라도 굴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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